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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가지? 작성자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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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8-03

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가지?

반짝반짝 남해로 별 찾으러 갈까요?

 

여름 밤, 밤하늘의 별을 보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했던 아름다운 영화 <별이 된 소년(Gli Ultimi angeli, 1977)>이 떠오른다. 그래,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밤하늘의 별이 된다고 했던가. 그러한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면 아름다운 섬이 되지 않을까? 머나먼 저 곳 밤하늘의 별에는 갈 수 없지만 파르란 바다 위 별로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그 별들이 궁금해 부리나케 짐을 꾸린다. ·사진 여행작가 이동미

 

어디부터 갈까? 통영부터 시작해보자. 통영은 526개의 섬을 가진 섬 부자다. 욕지도·매물도·사량도·한산도·연화도·비진도·장사도……. 얼핏 생각나는 이름만도 여럿이다.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통영 바다 위 별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호수라고 해도 믿을 듯 잔잔한 바다 위에 하얀 부표가 끝없이 떠있다. ‘아~ 여기가 통영이지!’ 감탄과 함께 통영이 통영임을 말해주는 굴 양식장이 눈길 닿는 곳, 그 너머까지 이어진다. 일렬종대로 질서정연한 부표 밑에서 울퉁불퉁 갑옷 속에 하얗고 뽀얀 자태의 굴이 탱글탱글 자라고 있겠지.

허리 잘록한 통영대교를 넘어 도착한 곳은 삼덕항, 이곳에서 배를 타고 만지도와 연대도로 향한다. 만지도는 주민 30여명의 작은 섬이고 연대도는 그보다 조금 커 50여 가구 80여 주민들이 산다. 그런데 이 섬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두 섬의 거리는 100m 남짓으로 빤히 보이지만 바닷길에 막혀 서로를 바라보며 애태우던 이웃이었다. 그런데 칠월칠석 견우별과 직녀별을 이어주듯 길이 98.1m 폭 2m로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출렁다리가 놓였다. 만지도 선착장에 내려 목재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면 손바닥만한 해수욕장이 눈인사를 하고 발아래에 바다를 놓고 아찔아찔 출렁다리를 건너면 연대도다. 소나무 오솔길을 지나 도착한 섬마을 마실 길엔 살랑살랑 바람이 귓가를 간질이고 따끈한 햇살이 어깨에 내려앉는다. 빨간 슬레이트 지붕 위엔 이름 모를 물고기와 해산물이 꾸덕꾸덕 말라가고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연대도 유일한 점방집’ 등 집마다 걸린 문패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벽화에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섬지도 벽화에 그려진 굴뚝같은 것은 무엇일까?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구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섬 정상에 봉수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던 것! 해서 이 섬의 이름은 연대도(烟臺島)가 되었다.

 

봉화를 올리며 지켰던 통영 앞바다, 그곳 동북쪽엔 한산도가 있다. 통영 미륵도와 거제도 사이에 있는 한산도는 말발굽 같기도 하고 하트 모양 같기도 한 제승당 앞쪽 해안이 예쁘다. 바다에 떨어진 왜군 목이 억 만 개가 넘었다는 두억리(頭億理)로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이순신의 바다다. “학익진(鶴翼陣)을 펴 적의 선봉선을 격파하라!”고각과 북소리에 조선군선단은 선회했고 거북선은 유황과 염초 태운 연기를 토해내며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왜군을 무찔렀다.

“자자, 쫌 가입시더.” “이기 뭐꼬?” “아재요, 한 마리 사 가소. 참말 싱싱함미더.” 뭍으로 돌아오니 시끌벅적 통영 시장이 기다린다. 한 지역의 특징을 빠르고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소는 역시 시장이다. 지역 생산물과 문화·사람살이·맛과 멋을 한 줄에 꿰어 살필 수 있는 종합박람회장이다. 또한 낮밤 없이 생존경쟁을 벌이는 적나라한 삶의 현장이자, 목청 경연장이며 사람냄새·비린내·밥냄새·땀 냄새가 진동하는 우리네 삶의 축소판이다. 그곳에 펄펄뛰는 해산물과 진공포장 되지 않은 삶의 민낯이, 날것의 아우성이 엉켜있다. 한들한들 해가 지는 동피랑 언덕을 거닐다 하나둘씩 조명이 밝혀지는 통영 항내려 보며 저녁은 그렇게 저물어간다.

다시 새 날. 오늘은 거제도로 가보자.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에는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있다. 그리고 거제의 명소 ‘바람의 언덕’에 서면 해금강이 손짓하고 한 부부의 인생이 담긴 섬 외도가 보인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척박한 바위섬을 지상의 낙원으로 바꿔놓았고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 지상의 별인 외도와 아내를 지켜주고 있다.

거제도 옆에는 남해도가 있다. 4개의 섬을 잇는 5개의 다리인 창선 삼천포대교를 넘어 가면 독일마을이다. 낯선 땅 서독에서 간호사들은 시신을 닦고 광부들은 지하 1,000미터 땅속에서 10시간 이상을 일했던 그들의 지난한 삶과 물건들이 파독전시관에 있다. 언덕배기 마을을 거닐면 햇살이 부딪는 화사한 흰 벽과 빨간 지붕, 덧문 창틀에 놓인 예쁜 화분 덕에 한적한 독일마을에 여행 온 느낌이다. 시원한 독일맥주와 소시지에 해외여행이 부럽지 않다.

 

지족해협에서 잡은 죽방멸치를 구경하다 여수로 넘어와 철부선을 타고 작디작은 섬 경도에 들어 하모 유비끼(갯장어 샤브샤브)를 먹는다. 육지 사람들의 삼계탕처럼 여수 사람들의 여름 보양식으로 팔팔 끓인 육수에 칼집을 넣어 꽃처럼 몽실몽실 떠오르는 하모를 즐긴다. 육수 속에서 떠오르는 하모가 하얀 별처럼 빛난다. 남해 바다에 점점이 떨어진 섬들은 이제 별이 되어 하모처럼 떠오른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 섬들은 그저 섬(島)이 아니라 하나씩의 별(星)이 맞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반짝이는 한산별,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애잔한 스토리가 담뿍한 남해별, 이창호·최호숙 부부의 삶이 영롱한 외별……. 등대 하나가 지키는 소매물별, 사량별, 욕지별, 연화별, 미륵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었다. 할매별, 아지매별, 꼬마친구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별이고 서로에게 반짝이며 힘을 주고 있다. 올여름 평균휴가기간은 4.4일, 여기에 공휴일을 붙이면 6~7일 정도 된다고 한다. 이번 휴가엔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만큼 아름다운 남해의 섬으로 떠나보자. 섬이 아름다운 이유는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스한 미소와 정겨움 때문이다. 수줍은 듯 미소 짓는 정감어린 인사가 이방인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힘을 내게 한다.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으며 울산·거제를 비롯해 조선소 협력업체가 많은 영암·목포·포항·통영·사천·김해·고성·진해·남해 등의 지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왕 떠날 여름휴가라면 이곳으로 가서 따스한 미소를 우리가 먼저 보내는 건 어떨까. 힘내시라고.

 

☞콕콕여행정보

거제몽돌해변 : 흑진주처럼 까맣고 동글동글한 돌로 이루어진 몽돌 해변은 해수욕 뿐 아니라 따끈한 몽돌 찜질로도 유명하다. 맨발로 거닐면 발바닥의 천중혈을 자극해 지압 효과가 있다. 거제엔 학동 등 몽돌해변이 여럿 있다. 추천 먹거리 : 통영은 굴의 최고 생산지로 굴과 돼지고기·쇠고기를 다져 만든 굴 스테이크가 별미다. 남해에서는 죽방멸치 쌈밥이 맛나고 목포는 역시 아귀찜이다. 섬 여행 시 주의 사항 : 배를 탈 때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하며 승선표를 작성해야한다. 해운사들이 여럿이니 입도할 때 자신이 탔던 배를 메모해 두었다가 나올 때 반드시 같은 배를 타야한다. 엉뚱한 곳으로 갈 수가 있다. 추천여행 : 울산/장생포에서 고래박물관·고래바다여행선·고래문화마을 등 고래테마여행 하기 김해/양산 통도사 순례길 걷고 김해 가야테마 파크에서 놀며 역사 공부하기 사천/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린 비토 섬에서 꼬불꼬불 리아스식 해안과 하루 두 번 물길 갈라지는 갯벌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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